• 작성자 세무법인T&P
• |
• 작성일 2016-06-29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도입에 따른 변화된 해석 내 놓아야"

자료상 범죄는 국고에 직접적인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로서 엄중히 처벌해야 함에도 법령의 해석을 잘못하게 되는 경우 자칫 이중처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대법원은 별개의 거래에 있어서는 세금계산서와 합계표에 기재된 가액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가 있었다(대법원 2009도3355 판결).

그런데 동일거래의 세금계산서와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에 대해서 별개로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하거나 특가법상 모두 합산해 처벌하는 것은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논쟁이 있어왔다.

이 논쟁은 과거에는 실무상 과세관청의 고발이 없거나 검찰의 기소가 존재하지 않아서 단지 강학상 논의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국세청에서 이를 별개로 보아 고발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 놓은 뒤 최근 들어 오히려 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세금계산서와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중복해 기소한 예외적인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원심 재판부(부산고등법원 2008노621, 2008노799(병합) 판결)에서는 이에 대해 합산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이후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대법원 2009도1401 판결).

원심 법원은 세금계산서 수수와 합계표 제출을 '법조경합'의 관계로 보아 세금계산서 수수행위가 합계표 제출행위에 흡수된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즉, 동일 거래의 세금계산서와 매입처별 세금계산서 합계표를 모두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과거 형사법적으로 각 범죄가 실체적 경합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동일 거래에 있어서도 합산해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했으나, 실질적으로 1죄인가 수죄인가는 구성요건적 평가와 보호법익의 측면에서 고찰해서 판단하는 것이므로(대법원 2012도1895 판결 등) 매입세액 공제를 위한 일련의 거래질서 문란행위에 해당하는 사안을 수죄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동일거래에 근거해 세금계산서를 발급·수취한 후 합계표를 작성해 정부에 제출했다면, 전자의 행위가 후자의 행위에 흡수돼 합계표 제출의 1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최근 다수의 견해이다(김태희, 조세범처벌법, 138면, 소순무 외, 조세소송, 948면).

법령의 연혁을 살펴볼 때에도 세금계산서 제출의무가 소멸되고 난 후 단지 처벌불비 규정을 보완하기 위해 합계표에 대한 처벌규정이 신설됐다는 점이나, 오로지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만이 존재하고 이후 허위 합계표가 제출되지 않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의 규정상 부당한 매입세액공제가 발생하기 어려운 점, 부가가치세법상 가산세의 경우 세금계산서 부분과 합계표 부분의 불성실 가산세가 중복 적용되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점, 합산을 하는 경우에는 이중처벌의 문제가 발생가능한 점 등을 고려해본다면 세금계산서 수수의무 위반은 합계표 기재 및 제출 행위에 흡수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전자세금계산서 제도가 도입되면서 세금계산서와 합계표를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 보다 명확해졌다.

전자세금계산서를 정부에 전송한 부분에 대해서는 홈텍스의 서식상 현행 부가가치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필요적 기재사항의 기재 자체가 생략돼 있으므로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한 부분에 대해서는 근원적으로 합계표를 제출했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합계표 제출이 없는 부분에 대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나아가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한 사업자에게는 합계표 제출의무가 면제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반대로 개별 세금계산서의 전송이 의무로 돼 있다.

그렇다면 세법상 의무가 면제된 사업자에 대해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한다는 것은 세법을 위반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인 조세범처벌법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전자 세금계산서 시스템 하에서는 세금계산서의 발급 내역이 사업자별로 매입처 수 및 그 공급가액의 총 합계가 자동으로 분류 및 합산돼 표시되는 구조이므로, 가공 세금계산서 수수 당시 합계표에 기재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등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잃게 됐다.

따라서 지난 2015년 국세청의 해석은 법원의 판단에도 반할 뿐만 아니라, 전자 세금계산서 시스템으로 변화됨에 있어 변경된 제도와 그에 따른 법리 해석을 간과하고 과거 종이 세금계산서 시스템만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기에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은 지금이라도 법령의 체계적 해석과 변화된 시스템에 맞추어 새로운 해석을 내 놓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